KBS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역사적 배경 1. 고려 현종의 출생의 비밀

KBS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역사적 배경 1. 고려 현종의 출생의 비밀

2023. 12. 7. 18:21한국사

요즘 KBS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은 1010년 강조의 정변으로 시작한 거란의 2차 침략부터 귀주대첩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거란의 1차 침략과 그전에 스토리가 빠졌습니다. 특히 배우 김동준이 연기한 고려 제8대 왕 현종이 왜 절에서 살다가 갑자기 왕이 되었는지는 드라마에서 잘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드라마 급의 막장 스토리를 가진 고려 현종의 출생의 비밀을 알아보겠습니다.

 

고려 현종의 출생의 비밀 

후삼국을 통일한 태조 왕건은 지방 호족을 포섭하기 위해 왕씨 성을 주는 사성정책과 호족들의 딸과 결혼하는 혼인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렇게 정식 왕비만 29명, 왕자만 25명이 되었으니 왕건 사후 고려 조정은 왕권 다툼으로 혼돈의 카오스에 빠졌습니다. 이 혼돈의 카오스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왕건의 셋째 아들이 제4대 왕이 되었으니 그가 바로 광종입니다. 광종은 왕이 되자마자 자신의 형제, 조카, 친척들을 모조리 잡아 죽이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왕족의 씨를 말려버릴 정도로 대대적인 숙청을 했습니다. 그 덕에 혼돈의 카오스에 빠져있던 고려 조정을 안정시키고 왕권을 자기 아들에게 물러주니 그가 고려 제5대 왕 경종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도 울고 갈 근친혼이 시작됩니다. 

 

우선 그 당시에는 근친혼을 하여 핏줄의 존엄성과 차별성을 부여하는 수단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서슴없이 족내혼을 했습니다. 당연히 경종도 사촌들과 결혼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세 번째 부인과 네 번째 부인은 서로 친자매였고 그녀들이 바로 천추태후와 헌정왕후입니다. 다시 말해 천추태후와 헌정왕후의 아버지는 태조 왕건의 넷째 부인의 아들이었습니다. 즉 경종은 아버지 광종의 이복동생의 딸, 그러니까 사촌들과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경종과 천추태후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나니 그가 바로 제7대 왕이 되는 목종입니다. 그러나 병약한 경종은 목종을 낳은 뒤 1년 만에 죽습니다. 

 

그런데 경종은 갓난아기인 목종에게 왕위를 물러줄수 없자 천추태후와 헌정왕후의 친오빠, 즉 자신의 사촌이자 목종의 외삼촌인 성종에게 왕위를 물러줬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현종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요?? 분명히 경종은 외아들 목종만 낳고 죽었는데 말입니다. 여기서부터 아침드라마 급 막장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경종이 죽자 헌정왕후는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어 본궐에서 나와 왕륜사 남쪽의 자택에서 지냅니다. 그런데 태조 왕건의 다섯 번째 부인인 신성왕후의 아들인 안종 왕욱 역시 왕륜사 근처에 살아 서로 왕래하다가 사랑에 빠져 관계를 맺었습니다. 결국 둘은 야합으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임신부터 해버리는데 두 사람의 문제는 바로 삼촌과 조카 관계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인척관계를 자세히 보면 헌정왕후는 태조 왕건과 넷째 부인인 신정왕후의 아들인 대종 왕욱과 선의왕후 류씨의 딸로 태조 왕건의 친손녀이며 안종 왕욱은 태조 왕건과 다섯째 부인인 신성왕후의 아들로 헌정왕후의 아버지 대종 왕욱의 이복동생이니 헌정왕후는 왕욱의 조카딸입니다. 다만 이복남매간의 근친혼도 당연시되던 고려 왕실의 당시 풍습으로 숙질간 혼인은 여차저차 융통성 있게 볼 수 있는 정도였으나 헌정왕후는 그냥 과부가 아니라 선왕 경종의 왕후였고 게다가 왕욱도 아내와 딸이 있는 유부남이었습니다. 즉 한 국가의 왕후가 숙질간의 근친상간으로 사생아를 낳은 것도 모자라 버젓이 아내와 딸이 있는 유부남을 상대로 불륜을 저지른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야말로 아침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에 구현된 셈입니다. 그리고 헌정왕후와 왕욱 사이에서 태어난 그 사생아가 바로 <고려 거란 전쟁>에 나오는 현종입니다.

 

결국 성종 재위 11년(992년) 7월 1일 밤, 이 막장 스토리 같은 현실을 본 헌정왕후의 노비들이 소동을 피운 것이었습니다. 당시 헌정왕후는 만삭의 몸으로 숙부 안종의 집에서 자고 있었는데 노비들이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일을 이렇게 계속 알면서 숨기다가 자기들도 같이 죽겠다 싶었던지 마당에 짚을 모아 큰 불을 일으켰습니다. 이 부분에서 과거 신라시대 때 김유신이 여동생 문희의 임신을 왕에게 알려 김춘추와 결혼시키기 위해 벌였던 화형 쇼가 떠오르는 부분으로, 자신들이 모시던 주인들의 관계를 공식화시켜 폭로든 처벌이든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는 의도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태조의 아들 집에 불이 났으니 온 조정이 난리가 나 불을 끄러 갔습니다. 심지어 성종까지 직접 출동했다가 한밤 중 그 집에 있던 만삭인 여동생을 보는 바람에 모든 것이 들통나 버리고, 평소 유교를 고려의 통치이념으로 삼고 싶었던 도덕군자 성종은 막장 스토리에 화나 스캔들을 일으킨 안종을 즉시 사수현으로 유배 보냅니다. 

 

한편 만삭의 몸으로 이 난리를 겪은 헌정왕후는 큰 충격을 받은 채 집으로 돌아오다가 집 대문에 이르자마자 산통이 와서 방에서 출산한 게 아니라 문 앞의 버드나무 가지를 휘어잡으면서 현종을 낳다가 결국 산욕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고려사>에는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현종은 태조 왕건의 친손자인 동시에 외증손자 라는 어마무시한 정통성을 가진 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헌정왕후가 죽고 난 뒤 그래도 여동생이 낳은 조카라고 외삼촌인 성종이 신경을 써 유모에게 맡겨 도성인 개성에서 키웠습니다. 유모는 아기였던 현종에게 "아빠"라는 단어를 종종 가르쳤는데 그 때문인지 2년 후 성종이 대량원군을 불렀을 때 성종을 보더니 "아빠"라고 불렀고, 또 성종의 무릎 위로 올라와 성종의 옷을 붙잡고 한 번 더 "아빠"라 불렀다고 합니다. 이에 성종은 부모없이 자라는 현종의 처지가 너무 가엾어서 눈물을 흘렸고, 아버지와 떨어진 현종의 처지를 불쌍히 여긴 성종은 후에 '대량원군'이라는 작위를 내려 귀양지에서 지내던 왕욱에게 보살피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고려 왕실의 불륜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다음으로 불륜을 저지른 것은 바로 목종의 엄마이자 현종의 이모이자 헌정왕후의 친언니인 천추태후였습니다. 다음 편에는 막장 오브 더 막장인 천추태후와 김치양, 그리고 목종의 사랑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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